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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 "심순녀안흥찐빵" **
- 보금자리 국도변 42번도로 안흥에서 원주방향 1km 지점 우측
- 새말에서는 12km 안흥모텔지나  좌측에 자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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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머리 검정교복을 입고 갈래머리 여학생에게 한껏 호기를 부리던 골목 찐빵집. 커다란 무쇠솥을 열면 하얗게 피어오르는 김. 한입 베어물면 쫄깃쫄깃한 빵 사이로 달착지근한 「앙꼬」가 살살 녹아내리던 찐빵.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 5원짜리 찐빵은 값싸고 푸짐한 인기 최고의 요깃거리였다. 별명이 찐빵인 친구들도 많았다. IMF 찬바람 때문인가. 그 시절 따끈따끈한 찐방이 더욱 그립다.
강원 횡성군 안흥리의 「심순녀안흥찐빵」.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무쇠솥에 먹음직스럽게 쪄내는 곳. 가게가 3평에 불과해 그냥 지나칠 만큼 보잘것 없는 시골집. 그나마 월세. 하지만 29년째 한자리를 지키면서 260여세대가 사는 이름없는 시골동네를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이곳에서 「손님은 왕」이 아니다. 제돈 내면서도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한다. 운좋은 날은 30분, 손님이 밀리면 5∼6시간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금빵」. 여름 휴가나 단풍놀이때면 마치 선거날 투표장처럼 두줄로 100m가 넘게 사람들이 늘어선다. 서울은 물론 경기.충청.전라.경상도 등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이다.

주인 심순녀씨(54). 스물세살 새댁은 술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생선광주리를 이고 행상을 해야 했다.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발이 부르트게 돌아다녔다. 너무 힘들어 길가에 앉아 연탄불에 호떡을 구워 팔기 시작했다.『 호떡 장사가 잘됐어요.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김밥 오뎅 찐빵도 같이 팔았지요. 배고픈 사람들이 많던 시절이어선지 어른 주먹보다 더 크게 만든 찐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아예 찐빵만 찾게 됐다. 안흥찐빵 맛을 어디서 특별히 배운 솜씨로 빚어내는 건 아니다. 어린 시절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주던 맛을 떠올리며 쪄낸 찐빵. 쫄깃쫄깃 씹히는 살과 달고 구수한 통팥앙꼬 맛이 안흥찐빵을 다시 찾게 만들었다.

심씨는 매일 새벽 3시면 무쇠솥에 팥을 앉히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3시간 동안 푹 삶은 팥으로 앙꼬를 만들고 막걸리, 달걀흰자 등 4∼5가지를 넣어 밀가루 반죽을 한다. 밀가루 33㎏를 버무리려면 아줌마 3명이 한꺼번에 매달려야 한다. 평일엔 3번 일요일엔 4번 정도씩 반죽한다. 첫솥을 쪄내는 시간은 10시쯤. 하지만 마음 급한 손님들은 벌써부터 찐빵집 앞에서 서성거린다. 하루 2,000∼2,500개를 쪄내도 저녁 7시30분이면 동이 난다. 가게 안에 내걸린 무쇠솥 3개에선 연신 김이 피어오르고 따뜻한 방바닥에서는 시큼시큼한 막걸리 향을 풍기며 찐빵들이 부풀어오른다. 전화주문을 하고 찾아가도 소용이 없다. 어차피 하루치만을 준비해 그날 만들어 팔기 때문에 솥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임자. 새치기 막으랴 눈에 불을 켜야 하고 중간에 화장실만 다녀와도 순서를 빼앗긴다. 때로는 손님들끼리 언성을 높이며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루함을 잊는다.

한사람이 사가는 찐빵은 보통 서너상자. 찐빵은 5년째 한개 200원. 50개들이 큰상자 1만원, 25개들이 작은상자 5,000원. 1,000원어치도 판다. 명절때는 선물용으로 큰상자 30∼40개씩을 사가는 이들도 있다. 서울 화곡동의 주부 권혁연씨(50)는 올케가 사다준 찐빵맛을 잊지 못해 안흥까지 달려와 시어머니.시누이.이웃집에 돌린다며 5상자를 샀다. 그는 『 다른 데 찐빵은 하얗고 보기에는 좋아도 속이 너무 달아서 2개만 먹어도 신물이 올라온다』며 『 안흥찐빵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소화도 잘된다』고 말했다. 인근 상한리에 사는 한선예씨(55)는 『 밭에서 일하다가 아침 10시쯤 참으로 먹는 찐빵맛은 정말 꿀맛』이라며 『 냉국이나 김치와 곁들이면 별미』라고 덧붙였다.

신세대들도 좋아한다. 중학교때 별명이 찐빵이었다는 직장인 장종철씨(23)는 직장에서 야유회 갈 때면 꼭 찐빵을 별식으로 준비한다. 그는 『 손으로 직접 만들기 때문에 모양이 각각 다르고 촌스러우면서도 제과점 단팥빵보다 훨씬 맛있다』고 품평했다.

심씨는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막 쪄낸 찐빵을 들고 틈틈이 노인정을 찾는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생활비도 보내준다. 함순덕씨(63)는 이곳에서 일하며 딸 하나, 아들 셋의 학비를 대고 저축까지 했다.『 우리집은 IMF가 뭔지 몰라요. 지난해보다 장사가 더 잘돼요. 이웃끼리 나눠먹는다고 손님들이 더 많이 와요』
누런 광목 찜판에서 척척 떼어낸 200원짜리 찐빵. 주머니가 가벼워진 요즘. 어려울수록 훈훈한 정을 나누려는 행렬 때문인지 안흥찐빵 무쇠솥은 더욱 바쁘다.

1998/12/05일자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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